In the meantime
  1. 일상

In the meantime

2022, March 12

숙소에서 찍은 사진

멜랑콜리한 상태로 작성하는 글은 되도록 새 직장을 구한 뒤에 올리고 싶었지만… 글을 쓰는 데 있어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당시에 했던 생각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마침 나는 코시국 덕분에 홀로 동네 호텔에서 묵고 있는데… 지금이 글을 써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아 몇 문장 적어보겠다.

퇴사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 중순이다. 말이 많던 대선도 끝났고, 날씨도 따뜻해졌다.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에 20~30만을 왔다갔다한다. 겨우 한달하고 보름 정도 지났지만 퇴사 했던 날과 많이 달라졌다. 나가자는 마음을 먹었을 때는 정말 빠르게 그만 두고 싶었는데 막상 근무 마지막 날엔 퇴근을 하며 질금질금 울었던 기억이 난다.

2월에는 엄마도 나도 새출발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나는 서류에서 열심히 광탈했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엄마는 새로 구한 일자리를 하루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엄마가 일자리를 구한 뒤에 묘하게 들떠있었던 모습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의 구직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다 같이 먹었던 중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은 나에게 이상한 상처로 다가왔다. (엄마는 정말 괜찮다고 했다.) 동생도 매일 야근에 시달리며 늦은 밤에 귀가했다. 그래서일까? 2월 내내 기분이 울렁거렸다.

이렇게 잔잔히 서글픈 상태로 지냈던 2월이 끝나갈 때, 기분전환겸 n달전쯤부터 계획했던 짧은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오니 3월이 되어있었다.

부산 바다

부산 바다 - 두번째 사진

이때 확진자가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던 상황이라, 동생이 나의 부산행을 엄청나게 불안해했다. 그리고 그 불안감에 부흥하듯…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갑자기 인후통이 생겼다. 휴일이 끝나고 이비인후과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양성이 나와 바로 보건소에 달려가 PCR 검사를 받았다.

3월 첫째주에는 면접 일정이 3개 있었는데, PCR검사 받으러 간 날의 면접 일정은 어찌 할 방법 없이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너무 심란했다. 다행히 20~30%로 나올 수 있다는 위양성이어서(이것도 좀 놀랍다. 검사 받은 날 무슨 마법처럼 인후통이 사라졌다.), 다른 면접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 나는 동생에게 욕을 얻어먹고 당분간 바람도 쐬러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늘은 확진자 수가 38만명이 돌파했다. 동생은 직장동료와 밥을 함께 먹었다가 검사를 받았다. 슬슬 무언가를 진득하게 하기 힘들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 보다 가족들과 나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게 걱정이다. 많은 가족과 함께 산다는게 그 어느 때보다 버거운 요즘이다. 오프라인으로 원하는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는 일상을 언제쯤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이틀째 멀쩡한 집을 놔두고 근처 숙소에 묵고 있다. 이게 이렇게 우울할 일이 아닌데…

그래도 3월엔 엄마가 새로운 직장을 구했고(이번엔 잘 다니는 것 같다.), 동생도 (아직까지는) 야근을 덜 하고 있으며, 전 직장분들에게는 안부 연락을 받았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누군가 나를 한번 생각해준다는게 얼마나 기쁜일인지. 슬프고 화나는 일도 많았지만 소소히 힘을 주었던 일도 많았다. 남은 3월도 어수선하고 어찌될 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스스로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문화생활을 좀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에 열심히 영화를 보며 CGV VIP를 만들어 놓았는데 올해는 VIP 혜택을 거의 못받았다.

요즘 하루하루가 참 예측할 수 없이 새롭다는 생각을 한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Lee KR
Front-End Developer